체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대변을 살피는 것이다. 대변을 보면 소화기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4가지 체크 사항을 확인한 후 변기 물을 내리는 습관을 길러보는 게 좋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최소 3일에 한 번은 대변을 본다. 대변은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매번 혹은 1~2주에 한 번이라도, 평소와 다른 색깔이나 형태의 대변을 보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흔히 말하는 건강한 변은 황금색에 가깝다. 대변에는 소화·흡수를 돕는 담즙과 적혈구 성분 중 하나인 빌리루빈이 섞여 있는데, 이 두 성분이 적절히 섞이면 노란색에서 갈색을 띠기 때문이다. 또한 수분을 적당히 함유하고 있어 지나치게 묽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보통 2cm 정도 굵기와 12~15cm 길이로, 바나나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다. 장내 유산균 등 유익균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발효성 냄새나 악취도 적게 나는 편이다.
그러나 먹은 음식에 따라 다른 색의 변을 볼 수도 있다. 특히, 순대나 선지, 간에는 혈액 응고 성분이 포함됐기 때문에 이 음식을 먹으면 어두운 갈색 변을 볼 수 있다.
어두운 갈색이 아닌 검은 변을 봤다면,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위염, 십이지장염, 위궤양 등의 상부위장관 출혈이 나면, 복부 불편감과 어지러움 등이 나타나고 심한 악취가 나는 흑색 변을 보게 된다. 위장 출혈이 의심될 때는 내과 등에 방문해야 한다. 대변 색깔, 모양, 냄새 그리고 대변을 보는 횟수를 통해 나의 건강상태를 한번 체크해 보자.
1. 대변 색깔
<붉은 변>
붉은색을 띠는 혈변을 봤다면, 대장이나 직장 등 아래쪽 소화기관에서 발생한 출혈이 원인일 수 있다. 소화기관 하부에서 출혈이 생기면 붉은 피가 섞이자마자 바로 배출되면서 붉은빛의 변을 보게 된다. 이때는 궤양성 대장염이나 치질, 대장암 등 대장이나 직장 쪽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흰색 혹은 회색 변>
대변이 흰색이나 회색일 때는 초록빛의 담즙이 대변에 제대로 섞이지 않은 경우다.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은 쓸개관을 통해 이동하는 데, 쓸개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담즙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담도 폐쇄나 담낭염, 담석 등이 있을 때 회색 변을 본다. 췌장염에 걸려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소화되지 못한 기름 성분 때문에 변이 흰색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검은색 또는 흑변>
흑변 검은색의 흑변도 소화기관 출혈을 의심해야 하지만, 혈변과 달리 이때는 소화기관 위쪽에 있는 식도·위·십이지장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혈액이 내려오면서 위산 등에 반응해 검게 변하면서 변 색깔까지 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속이 자주 쓰리고 소화가 안 되면서 검은 변을 본다면,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을 의심해야 한다. 위암 경우에도 흑변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별다른 이유 없는 흑변은 병원에 가서 검진받아 보는 것이 좋다.
<녹색 변>
초록빛의 담즙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내려가는 경우 녹색 변을 볼 수 있다. 설사가 심해 대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아지면 미처 분해되지 못한 담즙이 그대로 배설되면서 녹색 변을 본다. 녹색 변은 녹색 채소를 지나치게 많이 먹은 경우에도 나올 수 있다.
2. 대변 형태
대변의 형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분 함량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성인의 대변에는 약 200mL의 수분이 포함된다. 하지만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물, 스트레스 등에 의해 수분 함량이 많거나 적으면, 지나치게 묽거나 딱딱한 변을 본다. 대변 속 수분 함량을 결정짓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대변 형태가 변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반되는 증상과 지속기간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물거나 딱딱한 변>
병원에서는 임상적 판단을 위한 대변의 형태 측정 척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증상에 따른 대변의 형태나 질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대변 형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분 함량이 적어 토끼똥처럼 딱딱하고 잘게 부서진 형태의 변은 변비를 겪는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변의 수분 함량이 적어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않으면, 변이 장을 자극하는 변의(便意)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반면에 감염성 세균 등으로 소장이나 대장에서 흡수되어야 할 수분이 변에 그대로 남게 되면, 묽은 변을 보게 된다. 특히 복부 팽만과 함께 점액질이 많이 섞인 묽은 변을 본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염증성 장질환 등의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가늘어진 대변>
대변의 모양은 바나나처럼 길고 적당히 굵은 형태인데, 갑자기 연필처럼 가늘고 긴 변을 본다면, 영양 상태가 나쁜 것일 수 있다. 소화되고 남는 산물이 줄어들면서 대변 크기가 작고 가늘어지기 때문이다. 지나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늘어진 변이 오랫동안 계속될 때는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대변이 배출되면서 지나치는 대장벽에 암 덩어리가 생기면, 대변이 통과하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굵기가 가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변 냄새
대변의 냄새도 소화기 건강을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변에서 나는 냄새가 장내 미생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유산균이나 비피두스균 등 몸에 이로운 유익균이 많은 경우에는 구수한 냄새가 나지만, 대장균이나 비브리오균 등 유해균이 증식하면 암모니아, 황화수소, 페놀 등 유해물질을 만들어내면서 독한 냄새를 풍긴다.
유익균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 중 섬유질을 먹으며 살아간다. 평소 인스턴트식품이나 인공첨가물이 가미된 음식물을 자주 먹으면 섬유질 부족으로 인해 유익균이 줄어들고, 유해균은 늘어나게 된다. 또한 유해균은 단백질 분해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육류 등을 자주 먹어도 대변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은 섭취한 음식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대변 냄새가 독해졌다고 해서, 당장 병원에 달려가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몇 가지 냄새의 경우에는 심각한 질환의 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시큼한 냄새>
소화불량 환자의 대변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냄새다. 소화불량 환자는 위산 과다로 인해 대변에 산 성분이 많이 섞인다. 이로 인해 시큼한 냄새가 날 수 있다.
<피 비린 냄새>
대장에 출혈이 있어 혈변을 보는 경우에는 피 비린내가 대변에 섞일 수 있다.
<생선 썩는 냄새>
대장암인 경우 대장 조직이 부패하면서 변을 보았을 때 생선 썩는 냄새가 날 수 있다.
4. 대변 횟수
대변은 음식 섭취량에 따라 다르고 배변 횟수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대변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 중 소화·흡수되지 않은 찌꺼기와 장내 미생물 등이 충분히 쌓여야 몸 밖으로 배출된다. 사람마다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변을 보는 횟수가 다른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3번이라도 변을 본다면 정상적인 배변 상태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는 일주일에 3회 정도 대변을 보면서도, 매일 대변을 봐야 한다는 강박 관념 탓에 습관적으로 변비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변비약을 복용해도 변이 체외로 나올 정도로 충분히 쌓이지 않기 때문에 약을 먹어도 매일 대변을 볼 수 없고, 오히려 장을 자극해 변비나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주일에 3회 이상 변을 보지만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는 경우, 잔변감이 생기는 경우, 인위적으로 항문에서 변을 빼내야 하는 경우라면 실제 변비일 수 있으니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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